웹 페이지 별 글꼴 강제 설정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별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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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12. 12. 04:52

이야기를 하기 전에 이 글은 거지반 징징대는 글임을 밝힌다.

나는 파이어폭스와 크롬을 모두 쓴다. 정확히 말하면, 둘 중 하나만 쓰긴 하는데, 업데이트나 기능의 여부에 따라서 번갈아가면서 쓴다. 가령 크롬이 업데이트되어 새 기능이 추가되었다면 크롬을 쓰는 식으로 말이다. 지금은 얼마 전 파이어폭스가 퀀텀 엔진으로 업그레이드되면서 파이어폭스를 쓰고 있다. 물론 퀀텀으로 판이 올라가면서 인터페이스도 미려해지고 좋아졌다. 하지만, 크롬에서 파이어폭스로 넘어가면서 좀 거슬리는 부분이 생겼다. 

별 것 아니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는데, 요점은 ​​글꼴의 문제이다. 워낙 내가 글꼴에 집착을 많이 하는 편이긴 하지만 내가 생각해도 좀 많이 신경쓴다고 생각할 정도의 문제이다. 내가 지금 파이어폭스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인터페이스가 예뻐서이고 다른 하나는 시크릿 모드에서 확장기능이 돌아간다는 점이다. 특히 Zenmate가 돌아간다는 것은 중요한 포인트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브라우저임에도 불구하고 확장 기능이 적다는 문제가 있다(확장 기능의 수가 적은 것과 글꼴이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뒤에 설명하겠다).

파이어폭스와 크롬 둘 다 웹 페이지의 글꼴을 바꾸는 것을 지원한다. 하지만 둘의 차이가 있는데, 파이어폭스는 스타일 차원에서 설정된 것을 강제로 바꿀 수 있는 옵션이 있는 반면 크롬은 그런 것이 없다. 즉, 글꼴이 따로 선언되지 않은 웹 페이지에 한해서 기본 글꼴을 바꾸어 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크롬에서 강제로 웹 페이지 글꼴을 바꾸고 싶으면 확장 기능을 이용해야 한다. 여기서 확장 기능과 글꼴의 연관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크롬에서 내가 글꼴을 바꾸기 위해 쓰는 확장 기능은 Pig Toolbox인데, 글꼴 강제 설정 뿐만 아니라 드래그 잠금 해제나 구글 번역 및 검색 기능까지 갖추고 있는 유용한 확장 기능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특정한 웹 페이지만 골라서 글꼴 강제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사이트에 a라는 글꼴이 설정되어 있다면 이 사이트를 볼 때만 b로 바꾸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이 확장 기능으로 네이버 페이지의 글꼴을 나눔고딕으로 바꾸었다. 네이버가 최근에 웹 페이지 인터페이스를 바꾸면서 글꼴을 나눔고딕으로 바꾸는 설정을 없앴는데, 나는 돋움과 굴림의 향연을 눈뜨고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바꾼 것이다. 

파이어폭스에서 참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수고를 덜 수 있다는 점이다. 강제 글꼴 설정이 이미 있어서 정말 괜찮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옵션이 있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모든 한글 페이지가 나눔글꼴 범벅으로 바뀌었다. 심지어 이 블로그는 내가 웹폰트로 Noto Sans CJK를 쓰는데 이마저도 나눔고딕으로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특정 웹 페이지만 글꼴을 바꿔 주는 확장 기능을 찾아보았지만 존재하지 않았다. 답이 없는 것이다. 나눔고딕을 쓰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데—사실 이것이 제일 거슬리는 부분이다—바로 다른 언어와 한국어가 뒤섞인 페이지에서 글꼴의 조화가 안 맞는 부분이다. 특히 구글의 경우 일본어나 영어도 검색 결과에 뜨는데 나눔고딕으로 강제 설정할 경우 일본어 신체자가 나눔고딕에 없어 부조화를 이뤄 눈이 불편해진다. 그렇다고 나눔고딕을 강제로 설정하지 않으면 네이버 페이지에서 돋움과 굴림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에 네이버에서 내 눈이 불편해진다. 

가장 이상적으로 바라는 상황은 Noto Sans CJK를 기본 글꼴(강제 설정을 하지 않고)로 설정하여 구글 같은 페이지에서는 Noto Sans로, 확장 기능을 이용하여 네이버에서 나눔글꼴을 강제 적용하는 것인데, 그럴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야후 재팬은 MS Gothic을 강제 설정하고 있어(이 또한 내 눈을 버린다) 여기도 바꿔줘야 하는데 아쉽게도 Pig Toolbox는 여러 글꼴로 동시에 바꾸는 것을 지원하지는 않는다. 다시 말해서 강제로 바꿀 글꼴이 딱 하나인 것이다. 내가 네이버는 나눔고딕으로, 야후 재팬은 Kozuka Gothic으로 따로따로 바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내 자신이 미워질 정도로 글꼴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 사실, 해결책이 이미 있긴 하다. 강제로 Noto Sans CJK로 지정해주면 모든 페이지에서 눈을 버릴 일이 없다. 그러나 글리프 높이가 돋움과 달라서 네이버에서는 지정된 칸을 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한다. 특히 실시간 검색어 칸에서 이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이도저도 못하게 된 것이다.

결국, 웹 페이지마다 글꼴을 각각 강제로 지정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런 브라우저는 없다. 확장 기능도 내가 알고 있는 한은 없다. 크롬에서 검색해 보지는 않았지만 파이어폭스에 없으니 소용이 없다. 아아, 언제쯤 내가 원하는대로 사이트를 볼 수 있는 날이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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